풍력 시장이 태양광만큼 빠르게 커지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요즘 재생에너지 시장을 보면 풍력이 멈춘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풍력이 안 크는 것이 아니라, 태양광이 훨씬 더 빠르게 커지고 있는 것에 가깝다. IRENA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재생에너지 신규 설비 가운데 태양광은 약 510GW, 풍력은 약 159GW 늘었다. 같은 흐름을 반영해 IEA는 2025~2030년 재생에너지 설비 증가분의 거의 80%를 태양광이 차지할 것으로 본다. 반면 풍력도 계속 늘어 2030년까지 전 세계 설비가 2,000GW를 넘길 전망이다. 즉 핵심 질문은 “왜 풍력이 안 크느냐”보다, 왜 태양광이 훨씬 더 빨리 확장되느냐에 있다.

    먼저 분명히 해둘 점이 있다. 풍력 자체가 약한 산업은 아니다. GWEC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풍력 신규 설치는 117GW로 사상 최대였다. 문제는 같은 시기 태양광이 더 짧은 시간에 더 많은 자본과 프로젝트를 흡수했다는 데 있다. IEA도 태양광 확산의 핵심 이유로 낮은 비용, 더 빠른 인허가, 넓은 사회적 수용성을 꼽는 반면, 풍력은 공급망 문제, 비용 상승, 인허가 지연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고 본다. 다시 말해 풍력은 성장하고 있지만, 시장의 장애물이 태양광보다 더 크고 더 무겁다.

    왜 가장 먼저 인허가 속도 차이가 벌어질까

    풍력이 태양광보다 느린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허가를 받는 데 더 오래 걸린다는 점이다. IEA는 길고 복잡한 인허가 절차가 특히 유럽에서 풍력 확대의 대표적 병목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IEA의 2025년 허가 절차 정리 문서는 일부 유럽 국가에서 유틸리티 규모 태양광은 허가에 최대 5년, 온쇼어 풍력은 최대 9년까지 걸릴 수 있다고 적었다. 같은 자료에 따르면 온쇼어 풍력 프로젝트는 최종 승인 전까지 최대 20단계의 행정 절차를 거칠 수 있다. 이 정도 차이면 자금 조달, 수익성 예측, 착공 시점이 모두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다. 태양광이 같은 기간 더 빠르게 보급되는 것은 기술만의 차이가 아니라, 프로젝트를 현실로 만드는 행정 속도 차이이기도 하다.

    비용 문제는 발전단가보다 프로젝트 구조에서 더 크게 드러날까

    여기서는 조금 더 정확한 구분이 필요하다. IRENA 기준으로 2024년 온쇼어 풍력의 평균 발전원가(LCOE)는 kWh당 0.034달러로, 태양광의 0.043달러보다 낮았다. 즉 발전단가만 놓고 보면 온쇼어 풍력은 여전히 매우 경쟁력 있는 전원이다. 그런데 투자 속도는 발전단가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같은 IRENA 자료를 보면 2024년 총 설치비는 태양광 691달러/kW, 온쇼어 풍력 1,041달러/kW, 해상풍력 2,852달러/kW였다. 게다가 2024년에는 온쇼어 풍력과 해상풍력의 LCOE가 전년 대비 각각 3%, 4% 상승했고, 해상풍력의 설치비는 다른 기술처럼 눈에 띄게 내려가지도 않았다. 이 뜻은 분명하다. 풍력은 전기를 싸게 만들 수 있어도, 처음 투자할 때 필요한 돈과 프로젝트 리스크가 더 크기 쉬운 구조라는 것이다.

    이 차이는 실제 투자 속도에 큰 영향을 준다. 태양광은 소규모부터 대규모까지 모듈형으로 확장할 수 있고, 착공과 준공 사이의 시간도 상대적으로 짧다. 반면 풍력은 터빈, 타워, 블레이드, 기초 구조물, 운송, 설치 장비가 함께 맞물려야 해 프로젝트 하나의 무게가 더 크다. 특히 해상풍력은 금융·조달·시공이 모두 대형 프로젝트 중심으로 움직여 금리와 공급망 충격에 더 민감하다. 그래서 온쇼어 풍력이 싸더라도, 태양광이 시장에서 더 빨리 늘어나는 현상은 충분히 설명된다. 이 부분은 IEA와 IRENA 자료를 종합한 해석이다.

    해상풍력이 왜 전체 풍력 시장의 발목을 잡을까

    풍력이 태양광보다 느리게 보이는 데에는 해상풍력의 부진도 크게 작용한다. IEA는 2025년 보고서에서 해상풍력 성장 전망을 전년보다 27% 하향 조정했는데, 이유로 거시경제 압박, 공급망 문제, 프로젝트 은행성 악화, 유럽·일본의 비용 상승, 미국 정책 변화를 들었다. GWEC도 2024년 해상풍력 신규 연결이 8GW로 전년보다 26% 감소했다고 밝혔고, 2025년 단기 전망은 미국의 정책 불확실성과 영국·덴마크의 실패한 경매 때문에 전년 전망보다 24%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결국 풍력 시장은 온쇼어만의 시장이 아니라 해상풍력까지 포함한 시장인데, 이 해상 부문이 흔들리면 전체 체감 성장 속도도 함께 느려질 수밖에 없다.

    공급망과 핵심 자원 문제는 왜 풍력에 더 민감할까

    풍력은 공급망 측면에서도 태양광과 다른 부담을 안고 있다. IEA는 풍력용 대형 터빈 자석에 쓰이는 희토류 공급망이 여전히 특정 국가에 매우 집중돼 있다고 본다. 2025년 기준 IEA는 중국이 풍력 터빈용 자석에 쓰이는 희토류의 채굴 60%, 정련 90%, 자석 생산 약 90%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대형 부품 운송, 제조 능력, 설치선과 항만 같은 인프라까지 맞물리면 풍력은 단순한 전자부품 조달 문제가 아니라 중후장대 산업 공급망 문제가 된다. 태양광도 공급망 집중 문제가 있지만, 최근 수년간 패널 가격 하락과 과잉 생산이 오히려 보급 속도를 밀어 준 측면이 있었다. 반면 풍력은 공급망 제약이 가격과 일정 불확실성으로 더 자주 연결된다.

    왜 계통과 입지 문제도 풍력 쪽이 더 크게 느껴질까

    풍력은 좋은 바람 자원이 있는 곳에 들어가야 하고, 그 전기를 소비지까지 보내기 위해 송전망 보강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IEA는 풍력이 전력계통에 통합되려면 그리드 업그레이드와 보조서비스 체계 개선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2025년 재생에너지 전망에서 IEA는 브라질의 풍력 출력제한(curtailment) 위험이 커지면서 일부 프로젝트 취소와 전망 하향 조정으로 이어졌다고 적었다. 즉 풍력은 설비를 세우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고, 어디에 세울지, 어떻게 연결할지, 계통이 받아줄지까지 함께 풀어야 한다. 태양광도 계통 문제를 겪지만, 풍력은 입지와 송전 문제의 비중이 더 크게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풍력은 앞으로도 계속 태양광에 밀리기만 할까

    그렇게 단정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최근 흐름은 반대 가능성도 보여준다. IEA는 2025년 상반기 글로벌 재생에너지 경매에서 **온쇼어 풍력이 전체의 약 33%**를 차지했고, 이는 2024년 이전 어떤 반기보다도 높은 수준이며 처음으로 태양광과 비슷한 규모였다고 설명했다. 특히 독일에서 허가 여건이 개선되면서 오랫동안 미달되던 풍력 경매가 회복된 점을 주요 배경으로 꼽았다. 즉 풍력이 느린 이유는 자원 부족이나 기술 한계 때문이라기보다, 인허가·경매 설계·그리드·공급망이라는 제도적 병목이 컸기 때문이라는 뜻이다. 병목이 풀리면 풍력도 다시 속도를 낼 수 있다.

    정리하면 왜 태양광만큼 빠르지 못할까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풍력은 여전히 경쟁력 있는 전원이지만, 태양광보다 더 긴 인허가 기간, 더 큰 초기 투자 규모, 더 복잡한 공급망, 해상풍력의 금융·정책 리스크, 그리고 그리드·입지 제약을 함께 안고 있어서 확장 속도가 더 느리게 보인다. 반대로 태양광은 빠른 허가, 낮은 초기 비용, 모듈형 확장성, 넓은 적용 범위 덕분에 훨씬 빠르게 시장을 넓혀 왔다. 그래서 지금의 격차는 “풍력이 뒤처진 기술이라서”라기보다, 태양광이 더 쉽게 증설되는 구조를 가졌고 풍력은 병목이 더 많은 기술이기 때문에 생긴 결과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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