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음전력가격이 더 자주 보인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ACER는 2023년에 EU의 음전력가격 발생이 이전보다 12배 수준으로 뛰었고 2024년에는 거기서 다시 약 50% 늘었다고 설명했다. IEA도 2025년에 프랑스·독일·네덜란드·스페인 같은 시장에서 음전력가격 시간 비중이 약 6%까지 올라갔다고 봤고, 2025년 상반기만 놓고 보면 독일·네덜란드·스페인에서는 8~9% 수준까지 간 시기가 있었다고 정리했다. 즉 유럽의 음전력가격은 일시적 해프닝이 아니라, 전력시장 구조가 바뀌는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 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낮은 수요와 많은 공급이 자주 겹치기 때문이다. ACER에 따르면 2024년 초 유럽의 전력가격은 202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내려갔는데, 그 배경에는 강한 재생에너지 공급, 프랑스 원전의 회복, 여러 해 만의 높은 수력발전, 그리고 기대만큼 회복되지 않은 산업·가정 수요가 함께 있었다. 같은 보고서는 여름철에도 원전·풍력·태양광처럼 가격에 둔감한 전원이 강한 출력을 유지하면서 현물가격을 낮췄고, 그 결과 저가 또는 음전력가격 구간이 더 자주 나타났다고 설명한다. 결국 유럽의 음전력가격은 “전기가 필요 없어서”라기보다, 특정 시간대에는 공급 증가 속도가 수요 증가 속도를 앞지르기 때문에 생긴다.
여기에 최근 유럽에서는 한낮 태양광 과잉과 저녁 수요 사이의 간격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ACER는 실시간 기준으로 한낮의 태양광 과잉공급과 저녁 수요 사이의 격차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문제는 태양광의 특성 때문에 더 두드러진다. ACER는 태양광이 풍력보다 지역 간 보완성이 낮아서, 이미 태양광 비중이 높은 곳에서는 추가 태양광 확대가 다른 태양광 중심 지역과의 교역보다 저장장치 확대에 더 의존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다시 말해 날씨가 좋은 날 한 나라에서 태양광이 많이 나오는 시간에는 주변국도 비슷하게 태양광이 많이 나오는 경우가 많아, 남는 전기를 이웃에게 넘겨서 해결하는 방식이 생각만큼 잘 작동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실제로 ENTSO-E도 2025년 여름 전망에서, 높은 재생에너지 출력과 낮은 수요가 겹치면 각국의 수출 필요가 커지지만 이웃 나라들도 같은 시기에 재생에너지 과잉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 유럽 전역에서 음전력가격 위험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즉 문제는 한 나라 안의 공급 과잉만이 아니라, 유럽 여러 지역이 동시에 남아도는 시간대가 생긴다는 데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국경 간 교역이 있어도 가격 하락을 충분히 막기 어렵고, 결국 일부 시장에서 가격이 0 아래로 내려가기 쉬워진다.
또 하나 중요한 이유는 설비와 계약이 생각보다 유연하지 않다는 점이다. IEA는 음전력가격이 기술적·규제적·계약적 이유로 시스템 유연성이 부족할 때 나타나는 신호라고 설명한다. ACER도 낮은 수요와 높은 공급이 겹친 상황에서, 보장수익 구조를 가진 일부 재생에너지와 수요 변화에 즉각 반응하지 않는 기존 발전기가 함께 존재하면 음전력가격이 더 심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쉽게 말하면 어떤 설비는 멈추는 것보다 계속 돌리는 편이 낫고, 어떤 발전기는 가격이 마이너스로 내려가도 바로 출력을 줄이지 못한다. 그래서 유럽의 음전력가격은 재생에너지가 많아져서만 생기는 것이 아니라, 공급은 빨리 탈탄소화되는데 시장과 설비의 반응 속도는 그만큼 빠르지 못해서 더 잦아진다.
이 문제를 줄이려면 저장장치, 수요반응, 송전망이 함께 커져야 하지만, 아직은 필요한 속도에 비해 규모가 작다. ENTSO-E는 2025년 여름 유럽의 재생에너지 설비가 전년 여름보다 90GW 이상 늘었고, 그중 상당 부분이 태양광이라고 설명했다. 배터리 저장설비도 1년 만에 127% 늘었지만 총규모는 여전히 25GW 수준에 불과하다고 봤다. ACER 역시 수요반응, 국가 간 연계선, 배터리가 핵심 해법이라고 하면서도, 현재는 한낮 과잉과 저녁 수요를 충분히 흡수할 만큼 유연성이 아직 부족하다고 진단한다. 즉 유럽은 저장과 유연성도 분명히 늘고 있지만, 태양광과 풍력 확산 속도를 따라잡을 정도로 충분히 크지는 않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리드와 시장 운영의 제약도 빼놓을 수 없다. ACER는 2023년 EU 전력망의 혼잡 관리 비용이 40억 유로에 이르렀다고 경고했고, 국경 간 거래 용량 확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2023년 전력시장에서는 가격 변화에 둔감한 발전이 많은 시간이 10% 늘었고, 시장 운영을 정의하는 규칙 가운데 27%가 시행 지연 상태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유럽 전역의 balancing 플랫폼 참여도 아직 제한적이었다. 이 말은 결국 유럽이 전기를 생산하는 능력은 빨리 늘리고 있지만, 남는 전기를 옮기고, 저장하고, 짧은 시간 안에 수요를 움직이게 만드는 제도와 인프라가 그만큼 빨리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는 분명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음전력가격이 늘었다고 해서 재생에너지가 실패했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일부 시장은 반대로 개선 사례를 보여준다. IEA는 2025년에 핀란드와 스웨덴의 음전력가격 빈도가 크게 줄었는데, 그 배경으로 flow-based market coupling, 저장설비 확대, 더 가격반응적인 공급과 수요, 그리고 핀란드의 지역난방 전기화 확대를 들었다. 즉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져도 저장과 수요유연성, 국경 간 거래, 전기화가 함께 발전하면 음전력가격을 완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결국 음전력가격은 “재생에너지가 너무 많다”는 단순한 경고가 아니라, 유연성이 아직 부족한 시간과 장소를 시장이 드러내는 방식에 가깝다.
정리하면, 유럽에서 음전력가격이 더 자주 나타나는 이유는 하나가 아니다. 재생에너지 공급이 크게 늘었고, 특히 한낮 태양광 과잉이 커졌으며, 산업수요 회복은 더디고, 이웃 국가도 같은 시간에 과잉공급을 겪기 쉽고, 저장·수요반응·송전망·시장 설계는 아직 그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음전력가격은 단순히 “전기값이 이상해졌다”는 현상이 아니라, 유럽 전력시장이 탈탄소화는 빠르게 진행하면서도 유연성은 아직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과도기적 구조 변화의 신호라고 보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